
3월 1일부터 운영 중단. 허가 없는 농산물 출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이 서늘한 문구는 오늘날 익산시 행정이 시민을 대하는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0년 동안 농민의 땀과 시민의 신뢰로 일궈온 지역 경제의 실핏줄이 한순간에 ‘범죄’와 ‘처벌’의 영역으로 전락했다. 시의회의 위탁동의안 부결이라는 표면적 이유 뒤에는 행정의 고집과 조합의 결사 항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실종된 ‘정치’의 비극이 자리 잡고 있다.
익산시의 입장은 완강하다. 시는 지난 감사 결과, 협동조합 측이 매장 운영 수익금을 위탁자의 승인 없이 토지 매입에 사용하고, 농산물을 출하하지 않은 조합원들에게까지 부당하게 배당금을 지급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업무상 횡령과 배임 혐의로 관련자들이 검찰에 송치된 상황에서, 법적⬝도덕적 결함이 발견된 주체와 다시 손을 잡는 것은 ‘행정의 직무유기’이자 ‘시민에 대한 배임’이라는 논리다.
시의 주장대로 공공자산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기관이 사적 이익을 취하거나 회계 투명성을 상실했다면, 이는 단호한 척결 대상이다. 행정이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계약 해지라는 칼을 빼든 배경에는 공공성을 수호해야 한다는 나름의 당위성이 존재한다. 법적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이라도, 수사기관이 혐의를 인정한 이상 행정 자산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운영권을 회수해야 한다는 것이 익산시의 확고한 방침이다.
그러나 협동조합 측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이들은 이번 사태를 ‘시장 직영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기획된 탄압’으로 규정한다. 조합은 익산시 사무위탁조례 제16조를 근거로 제시한다. 조례상 재계약 위탁동의안은 계약 만료 90일 전에 의회에 제출되어야 함에도, 시는 이 절차를 무시했다. 오히려 계약 해지 통보도 하기 전에 시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푸드통합지원센터’로 운영권을 넘기려 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조합 측은 “행정적 잘못이 있다면 바로잡을 기회를 주거나 적법한 절차를 밟아야지, 마치 깡패처럼 법적 판단도 나오기 전에 농민들을 범법자로 몰아세우며 폐점을 강요하는 것은 천인공노할 만행”이라며 울분을 토한다. 특히 이⬝통장과 방송, 현수막, 문자 메시지를 동원해 ‘출하 시 처벌’을 대대적으로 공포한 행위는 농민의 생계를 볼모로 한 영업방해이자 겁박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조합은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행정의 독단에 맞서고 있다.
양측의 주장은 팽팽하다. 하지만 여기서 정작 보이지 않는 것은 갈등을 조율해야 할 ‘행정의 전문성’이다. 익산시장은 행정고시 출신의 베테랑 행정가다. 시민들이 그에게 기대한 것은 법전을 들이대며 상대를 굴복시키는 ‘검사’의 모습이 아니라, 얽힌 이해관계를 풀고 대안을 찾아내는 ‘조율사’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행정은 정치를 포기했다. 시의회가 직영 예산을 삭감하고 위탁동의안을 만장일치로 부결한 것은, 행정의 추진 방식에 무리가 있음을 경고한 민의의 표시다. 그런데도 시는 의회를 설득하거나 타협안을 찾기보다, 사법기관의 판단 뒤로 숨어버렸다.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매장문을 닫겠다는 결정은, 행정이 져야 할 정무적 책임을 회피한 채 시민의 불편을 갈등의 무기로 활용하는 지극히 무책임한 처사다.
가장 뼈아픈 실책은 농민을 대하는 태도다. 행정은 “법적으로 맞다”라고 항변할지 모르나, 평생 흙을 만져온 이웃들에게 형사처벌과 벌금 액수를 나열한 공문을 보내는 행위는 행정의 품격을 스스로 저버린 것이다. 농민은 관리와 단속의 대상이 아니라, 행정이 존재해야 할 근거다.
익산시장에게 묻는다. 과연 3월 1일 매장문을 닫는 것이 최선이었는가?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임시 운영 체제를 가동하거나, 제3의 중재 기구를 통해 운영 공백을 메울 방법은 없었는가? 행정이 자신들의 절차 위반(90일 전 동의안 미상정 등)은 ‘행정적 착오’로 치부하면서, 조합의 혐의는 ‘일벌백계’의 잣대를 들이대는 이중성을 시민들이 공감하기에는 어렵다.
결국, 3월 1일, 어양점의 불은 꺼질 것이다. 누군가는 법적 승리를 자신할지 모르지만, 지역 사회는 이미 거대한 패배를 맛보고 있다. 농민은 판로를 잃었고, 시민은 믿고 찾던 장터를 잃었으며, 행정은 가장 소중한 자산인 ‘시민의 신뢰’를 잃었다.
지금 익산시에 필요한 것은 고소장과 고발장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멈춰 선 매장을 다시 돌릴 실질적인 대안과, 상처받은 농심(農心)을 어루만질 진솔한 소통이다. 법치는 시민의 삶을 평온하게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지, 행정의 고집을 관철하기 위한 둔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로컬푸드는 지역의 자존심이자 상생의 상징이다. 그 상징이 행정의 경직성과 소통 부재로 인해 ‘범죄의 현장’처럼 묘사되는 현실이 참담하다. 익산시는 당장 ‘겁박의 언어’를 거두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수사 결과가 정의를 가려줄 수는 있어도, 무너진 공동체의 신뢰를 복원해주지는 못한다. 시민은 거창한 구호보다, 예고 없이 닫히지 않는 일상과 존중받는 삶을 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