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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칼럼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더탑뉴스 작성자: 더탑뉴스
2026년 08월 11일
작성됨 칼럼
0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차갑게 하라

 

정영국/더탑뉴스 발행인

 

정치인에게 이보다 더 어려운 주문도 없을 것이다. 권력을 잡으면 남의 허물은 크게 보이고 자신의 허물은 작게 보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것은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초인이 아니다. 경제가 어려우면 경제를 살리고, 외교가 꼬이면 외교를 풀고, 민생이 힘들면 민생을 챙기는 것. 그리고 잘못한 일이 있다면 누구보다 먼저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권력이 아니라 더 엄격한 자기절제인지도 모른다. 이 대통령이 국정을 맡은 뒤 모든 일이 순탄한 것은 아니다. 부동산과 증시, 고용과 민생, 외교와 통상, 안보와 산업까지 대통령이 매일 마주해야 할 현안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처럼 국가의 이해가 걸린 사안도 있고, 기업과 해외시장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일도 있다. 대통령이 국정을 놓고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통령이 지나치게 많은 일을 직접 챙기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정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리고, 정책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직접 관여하는 모습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통령이 일을 열심히 하는 것과 대통령 혼자 일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대통령 한 사람이 외교도 하고 경제도 챙기고 안보도 챙기고 민생도 챙기고 국회도 상대하고 정치적 갈등까지 조정해야 한다면 국정운영은 결국 대통령 개인의 체력과 판단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다.

국정은 대통령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대통령에게는 대통령보다 특정 분야에서 더 뛰어난 참모가 있어야 한다. 대통령보다 외교를 잘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금융을 잘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하며, 산업과 안보, 법률과 사법제도를 대통령보다 더 깊이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좋은 대통령은 모든 것을 아는 대통령이 아니다. 자신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을 곁에 두고, 그들에게 일을 맡길 줄 아는 대통령이다. 더 중요한 것은 참모의 충성도가 아니다. 대통령에게 불편한 말도 할 수 있는 능력과 용기다.

대통령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만 주변에 모인다면 대통령은 점점 고립된다. 대통령이 틀렸을 때 “그것은 아닙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에게는 이보다 더 근본적으로 돌아봐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대통령 자신과 관련된 사법 문제다. 최근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과 함께 공소기각 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정치권의 논란이 거세졌다.

실제로 개정된 내용에는 법원이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초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를 공소기각 사유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기존 형사소송법에도 공소기각 제도는 있었지만, 이번 개정으로 그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여권은 이를 검찰의 위법수사와 공소권 남용을 통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한다. 반면 야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형사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른바 ‘방탄 입법’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는 앞으로 법원이 판단할 문제다. 그러나 대통령이 여기서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국민에게는 법률의 취지만큼이나 그 법이 누구에게 적용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공소취소와 공소기각은 법적으로 서로 다른 제도다. 공소취소는 검사가 제기한 공소를 취소하는 것이고, 공소기각은 법률이 정한 사유가 있을 때 법원이 공소를 기각하는 것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에서도 공소취소에 따른 공소기각은 별도의 조항으로 규정돼 있다.

따라서 이번 개정 내용을 곧바로 ‘공소취소를 대신해 대통령의 재판을 없애기 위한 법’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다.

하지만 정치에서는 법률적 설명만으로 모든 의혹이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대통령 자신이 형사재판의 당사자인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국민이 의심할 만한 제도가 잇따라 만들어진다면 아무리 좋은 명분을 내세워도 의심은 남는다.

더구나 이번 개정의 핵심인 ‘중대한 위법수사’와 ‘소추재량권의 현저한 일탈’은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앞으로 판례를 통해 형성돼야 하는 부분이다. 법원행정처 역시 향후 공소제기 경위와 검사의 의도, 피고인이 입은 불이익 등을 종합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검토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이 지점에서 대통령의 태도가 중요해진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말한다. 기업에는 원칙을 지키라고 하고, 공직자에게는 이해충돌을 피하라고 한다. 상대 정치인에게는 책임을 지라고 요구한다.

그렇다면 대통령 자신에게도 똑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남에게는 추상같이 엄격하면서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정권이라는 인상을 주는 순간 국민의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대통령이 오히려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으면 한다. “나는 대통령이지만 법 앞에 예외가 아니다. 내 재판을 피하지 않겠다. 나에게도 국민과 똑같은 법을 적용해 달라.” 대통령이 이렇게 선언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 대통령을 둘러싼 사법 논란의 상당 부분은 해소될 수 있다. 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대통령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법원의 판단으로 털어내고 훨씬 강한 도덕적 권위를 갖게 될 것이다.

국정운영에도 도움이 된다. 반대로 유죄가 확정된다면 그 역시 법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한다. 국가원수의 직무수행과 확정판결에 따른 책임 문제는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그리고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별도로 다뤄야 할 문제다. 중요한 것은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다. 무죄를 자신한다면 왜 재판을 두려워하겠는가.

자신의 결백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법을 바꾸어 재판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법정에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을 둘러싸고는 반대 방향의 의심이 커지고 있다.

공소취소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고, 이어 공소기각 사유 확대가 논란이 됐다.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논쟁도 거셌다. 실제로 국회는 7월 말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정부는 8월 4일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했다.

이 여러 조치가 한 시기에 맞물리면서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여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공소취소가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한 우회로 아니냐.’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공소기각 사유 확대가 서로 맞물린 것 아니냐.’ 이런 의혹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이 의혹을 사실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 법은 나를 위한 법이 아니다.” “내 재판에 영향을 미치도록 권력을 행사하지 않겠다.” “법원이 판단하도록 맡기겠다.” 대통령이 이렇게 말하면 된다.

대통령에게 중요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해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왜 그런 의심을 하는지까지 살피는 것이다.

국민은 대통령의 국정능력과 개인의 사법 문제를 완전히 별개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경제를 잘하면 잘한다고 평가한다. 외교를 잘하면 외교를 잘한다고 평가한다. 민생을 챙기면 그 역시 평가한다.

하지만 자신에게만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고 느끼는 순간 평가는 달라진다. 그래서 지금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니다. 더 떳떳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권력은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입법권을 동원해 자신에게 유리한 법을 만든다는 의심을 받고, 사법제도를 고쳐 자신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인상을 주고, 행정부의 힘으로 자신의 사법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대통령의 권위는 스스로 무너진다.

입법·사법·행정은 대통령 개인의 것이 아니다. 국민의 것이다.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력은 대통령 개인의 재산도 아니고, 대통령의 과거를 지우는 지우개도 아니다.

이 대통령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다. 경제도 살리고 외교도 성공시키고 민생도 챙기고 안보도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 유능한 인재를 널리 등용하고, 대통령보다 뛰어난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통령이 자기 자신에게 가장 엄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지금의 여러 논란은 오히려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으로 바뀔 수도 있다.

반대로 국민이 ‘남에게 적용하는 법과 자신에게 적용하는 법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순간 대통령의 말은 정책이 아니라 변명이 되고, 법 개정은 개혁이 아니라 방탄으로 보이며, 권력 행사는 국정운영이 아니라 자기보호로 의심받게 된다.

그래서 대통령에게는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참모가 필요하다. 그리고 대통령 자신에게는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가장 위대한 정치적 리더십은 거창한 정책도, 압도적인 국정 장악력도 아닐 것이다. 어쩌면 단 한마디면 된다. “나부터 법 앞에 서겠다.”

자신의 재판을 피하지 않고, 자신의 권력으로 자신의 과거를 지우려 하지 않고, 자신에게도 국민과 똑같은 잣대를 들이댄다면 국민은 그때 비로소 대통령을 믿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대통령은 혼자가 아니게 된다. 국민이 대통령의 가장 든든한 참모가 되기 때문이다.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권력을 가진 사람이 이 원칙 하나만 끝까지 지킨다면 아무리 거센 정치적 폭풍이 몰아쳐도 국민의 신뢰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지금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권력이 아니다.

권력 앞에서 스스로 한 발 물러설 수 있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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