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시는 2021년 4월 5일, 「고령친화도시 조성 조례」를 공포하며 WHO 고령친화도시 국제 네트워크에 공식 가입했다.
당시 정헌율 시장은 고령친화도시를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익산의 미래 전략이라 강조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도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명확히 선언한 순간이었다.
이는 곧, 익산시가 고령층과의 약속을 공식 문서로 새긴 첫 출발점이기도 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익산시의 행정은 그 약속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특히 파크골프장 유료화 조례 개정은 그동안 쌓아온 고령복지의 흐름을 되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이는 단순히 “이용료 5만 원, 10만 원”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 철학, 행정 절차, 시민 신뢰, 복지의 방향성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음이다.
익산시는 2025년 7월 조례를 개정해 파크골프장 사용료 조항을 신설하고, 11월 1일부터 시행을 예고했다. 조례상 근거는 마련됐지만, 그 사실이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드러낸다.
기존 조례에는 사용료 근거가 없었다는 것은 곧, ‘무료 운영’이 복지와 공공성의 원칙으로 자리 잡아 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원칙을 뒤집을 만큼의 명확한 이유가 있었을까? 익산시는 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공청회도 없었고, 시민 의견 수렴도 미흡했다. 이용자와 협회, 현장 관계자와의 사전 협의도 사실상 부재했다.
고령층이 주 이용계층인 시설의 핵심 운영 방식을 ‘무료 → 유료’로 바꾸는 중대한 정책 변화가 이 정도 수준의 절차로 이뤄졌다면, 이는 행정의 기본을 심각하게 훼손한 일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파크골프장은 시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공체육시설이다. 여기에 다시 이용료를 부과한다면 ‘세금 + 이용료’라는 이중 부담이 발생한다. 그 부담의 대상은 누구인가. 바로 60~80대의 고령층이다.
고령층의 건강 유지, 사회적 관계 형성, 고독사 예방을 위해 만들어진 시설에 비용 장벽을 세우는 것은 정책 목적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래서 이번 결정은 단순한 유료화 논란이 아니라, ‘고령복지의 후퇴’ 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전국적으로 봐도 익산의 선택은 예외적이다. 다른 지자체들은 대부분 파크골프장을 무료 또는 최소 비용으로 운영한다.
초고령사회에서 고령층의 활동 보장은 국가적 과제이자 지역공동체 유지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익산시는 조례 신설 → 전면 유료화 → 사용료 매트릭스 도입이라는 ‘강도 높은 규제’를 택했다.
이 결정은 전국의 흐름과도, 익산이 스스로 선언한 ‘고령친화도시’의 방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헌율 시장은 불과 2년 전, 협회가 구장을 관리하던 시절 “협회비가 시민 부담”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던 바 있다. 그런데 지금은 같은 이유로 유료화를 추진한다.
정책이 바뀔 수는 있다. 그러나 변화는 명확한 근거와 시민 설득 과정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분석 자료, 비용 효율 검증, 이용 실태 조사 등 기본적 검토조차 공개되지 않았다면, 시민이 행정을 신뢰하기 어렵다.
공공정책은 행정의 편의가 아니라 시민의 삶을 기준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특히 고령층의 생활 기반을 바꾸는 정책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이동권, 건강권, 여가권은 이제 ‘복지’가 아니라 ‘권리’다.
그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바로 2021년의 「고령친화도시 조례」였다. 그러나 지금 익산시는 그 조례의 정신을 거꾸로 뒤집고 있다. 익산의 고령층은 도시의 부담이 아니라 도시의 기둥이다.
도시를 지켜온 세대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재정을 확보하려 한다면, 그것은 정책이 아니라 책임 회피다. 고령친화도시의 핵심은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다. 존중, 접근성, 보편성, 그리고 책임 있는 행정이다.
이제 익산시는 선택해야 한다.
2021년의 약속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만든 고령친화도시의 기조를 버릴 것인가. 도시는 말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책으로 만들어진다.
파크골프 유료화 조례는 반드시 재검토되어야 한다. 절차를 다시 밟고, 근거를 다시 제시하며, 시민을 다시 설득해야 한다. 그것이 고령친화도시를 선언한 도시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정헌율 시장은 이제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2021년의 선언과 현재의 정책이 충돌하지 않도록, 말이 아니라 정책으로, 선언이 아니라 실천으로 약속을 완성해야 한다. 도시의 품격은 가장 약한 시민을 어떻게 대하는가에서 판가름난다.
익산시가 그 기준을 지킬 수 있을지, 지금 시민은 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