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대신 속도”…전북 생존전략 ‘3S’ 부상
초광역 경쟁 속 고립 위기, 제도 혁신으로 돌파

전북특별자치도가 국가 균형발전의 새로운 틀인 ‘5극3특 체제’ 속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가운데, 기존의 ‘규모의 경제’ 경쟁에서 벗어나 ‘속도의 경제’로 승부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현장에서는 위기감과 함께 “지금이 제도 전환의 골든타임”이라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전북연구원은 최근 이슈브리핑을 통해 전북이 처한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짚었다. 5극 중심의 초광역 통합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전북은 인구·산업·재정 모두 취약한 ‘삼중 약세’에 놓여 있고, 인접 지역 통합에 따른 자본·인구 유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남·광주 통합 논의가 속도를 내며 초광역 경쟁 구도가 재편되자, 지역 안팎에서는 “전북의 독자적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위기 진단 속에서 제시된 해법은 ‘속도의 경제(Economies of Speed)’다. 규모를 키우기보다, 의사결정과 실행 속도를 극대화해 기회를 선점하자는 전략이다.
핵심은 이른바 ‘3S 전략’이다.
첫 번째 ‘SEED’는 미래산업의 씨앗을 가장 먼저 제도적으로 품는 것이다. 농생명·바이오, 헴프, 메디컬 푸드 등 신산업 분야에서 규제를 앞서 열어 산업을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두 번째 ‘STRAIGHT’는 행정 절차의 파격적인 단축이다. 중앙부처 협의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도지사 직권 승인 체계를 확대해 인허가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세 번째 ‘SPREAD’는 전북에서 먼저 성공시킨 모델을 전국 표준으로 확산하는 전략이다. 일종의 ‘테스트베드 전북’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현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지금 전북은 자원이 부족한 게 아니라, 실행 속도를 담보할 제도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규제를 먼저 풀고, 성과를 빠르게 증명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산업 적용 시나리오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예컨대 AI 기반 농기계 분야에서는 자율주행 특구를 선제 도입하고, 임시운행 허가를 신속히 부여한 뒤, 국가 인증체계까지 유치하는 순환 구조를 그리는 식이다. 메디컬 푸드 분야 역시 임상 절차 간소화와 인증기관 유치를 연계해 산업 생태계를 빠르게 완성하는 전략이다.
전북의 생존 전략은 ‘단독 돌파’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안별로 협력 축을 달리하는 ‘유연한 초광역 연대’도 병행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세종과는 교통망, 전남과는 에너지, 강원·제주와는 인구소멸 대응 등 선택적 공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관건으로 ‘입법 프레임워크 전환’을 꼽는다. 지금까지의 ‘낙후지역 지원’ 논리를 넘어, 국가 성장에 기여하는 실험지로서 전북의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부 차원의 뒷받침도 필수다. 초광역 특별계정 내 재원 배분, 에너지 생산지역 보상체계 신설, 행정통합 인센티브 설계 등 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속도의 경제’ 전략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이제는 ‘얼마나 크냐’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실행하느냐’의 싸움”이라며 “전북이 속도로 판을 바꿀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정수빈 기자 jeongsubin@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