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정치권에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남서울–여수’ KTX 신규 노선은 수도권 직결성과 시간 단축을 앞세우며 사업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방식과 절차,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검증이 턱없이 부족하다.
수십조 원 규모의 초대형 인프라를 논하면서도 기존 전라선 고속화와 선형 개량을 통한 개선 가능성은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이미 전라선 일부 구간의 개량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 단축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와 있음에도, 재정 부담이 막대한 신규 노선이 먼저 거론되는 것은 정책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특히 익산을 경유하지 않는 노선 구상은 지역 균형과 역세권 경제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다. 익산은 호남 철도의 핵심 허브이며, 역세권의 산업·상권·생활권이 이 기능에 기반해 형성돼 왔다.
특정 지역의 중요한 기능이 상실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당사자 의견과 보전대책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은 결코 정당화되기 어렵다.
재정 측면에서도 문제는 심각하다. 20조 원을 넘는 사업비가 추정되는 가운데, 국가채무 증가와 미래세대 부담을 고려하면 사업 타당성은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돼야 한다.
그럼에도 사업 필요성, 비용 대비 편익, 수요 전망 등 주요 의사결정 요소가 정치적 속도감에 가려지는 듯한 분위기는 우려를 키운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교통수요 예측의 불확실성 등을 모두 반영하는 다중기준평가(Multi-criteria)와 투명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모든 시나리오에 대한 투명한 비용 편익 분석(CBA)과 수요·영향 평가를 공개하고 기존 전라선의 개량을 통한 현실적 개선 효과를 먼저 실증한 후, 그 결과와 신규 노선을 동등한 기준에서 비교해야 하며. 지역경제와 역세권 기능의 손실 가능성에 대한 보전책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철도정책은 정치적 구호나 선거용 공약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지역 균형, 세대 간 책임을 좌우하는 국가적 선택이다.
불필요한 갈등과 과도한 부담을 피하고 실효성 있는 교통개선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냉정한 검증과 성숙한 절차가 요구된다.
철도정책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실어 나르는 통로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