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익산이 도시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 단순한 개발을 넘어 산업 구조와 시민의 일상까지 바꾸는 ‘전환형 성장 전략’이다. 핵심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익산시는 2026년을 ‘미래도시 전환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농업·식품·바이오 3대 산업에 AI를 결합한 이른바 ‘3+AI 전략’을 본격 가동했다. 축적된 성과 위에 기술을 더해 도시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제는 실행의 시간”…전환 선언 배경
정헌율 시장은 신년 브리핑에서 “2026년은 익산의 잠재력이 현실이 되는 출발점”이라고 규정했다. 단순한 계획이 아닌, 이미 축적된 성과를 바탕으로 한 ‘가속 단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익산은 지난 1년간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어냈다. 대형 유통시설 유치, 지역화폐 활성화, 민간공원 특례사업, 청년 인구 순유입 증가 등은 도시 체질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지역 한 경제 전문가는 이렇게 진단했다.
익산은 그동안 잠재력에 비해 저평가된 도시였습니다. 최근 성과는 ‘가능성’이 아니라 ‘실행력’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제 AI를 접목한 산업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가 관건입니다.
산업부터 일상까지…AI가 바꾸는 도시 구조
이번 전략의 핵심은 ‘AI의 전면화’다. 산업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행정·의료·교통·안전 등 도시 전반으로 확장한다.
익산은 디지털 지식산업센터와 AI 디지털혁신센터를 중심으로 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제조 현장에는 무인·지능형 공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특히 숙련 노동자의 기술을 AI가 학습해 데이터 자산으로 축적하는 ‘지식의 디지털화’가 핵심 프로젝트다.
의료 분야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지역 대학과 협력한 AI 기반 의료 인프라 구축과 맞춤형 의료 서비스 개발이 추진된다.
시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AI는 단순한 산업 도구가 아니라 도시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기술입니다. 익산은 ‘AI를 쓰는 도시’를 넘어 ‘AI로 작동하는 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거리 위의 변화…자율주행·스마트 안전 현실화
시민이 체감할 변화도 구체화되고 있다. 익산은 자율주행 유상운송 플랫폼 구축을 통해 연내 자율주행 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관제센터와 도로 인프라까지 포함한 ‘도시 단위 교통 혁신’이다.
구도심에는 XR(확장현실) 기반 관광거점이 조성된다. 단순한 관광을 넘어 체험형 콘텐츠를 결합해 체류형 관광을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생활 안전망도 구축된다. 실시간 위험 감지와 대응이 가능한 ‘스마트 안전 도시’로의 전환이다.
익산 시민 박모(34) 씨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자율주행이나 스마트 서비스가 서울 같은 대도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익산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니 기대가 큽니다.”
농업도 예외 없다…AI가 바꾸는 ‘논과 밭’
도농복합도시인 익산에서 농업은 핵심 산업이다. 이번 전략은 농업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시는 스마트농업 인공지능센터를 중심으로 정밀농업 실증을 확대하고, 자율주행 농기계 도입을 추진한다. 이는 고령화와 인력 부족이라는 농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다.
농업 전문가들은 이를 ‘생존 전략’으로 본다.
“농업은 더 이상 노동집약 산업으로는 유지될 수 없습니다. AI 기반 자동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익산의 시도는 전국 농업의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식품 수도’ 꿈꾸는 익산…푸드테크로 확장
익산이 가진 또 하나의 강점은 식품 산업이다. 국가식품클러스터를 기반으로 한 인프라는 전국에서도 독보적이다.
시는 여기에 AI와 빅데이터를 접목해 식품 산업을 ‘푸드테크 산업’으로 확장한다. 맞춤형 식단, 식품 안전관리, 대체식품 개발 등 고부가가치 영역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특히 식품을 ‘문화’와 결합하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국립 익산식품박물관과 식품문화복합혁신센터는 체험형 공간으로 조성돼 관광 자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바이오까지 “3대 산업 축 완성”
농업과 식품에 이어 바이오 산업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익산은 그린바이오 벤처캠퍼스를 기반으로 창업과 사업화를 지원하고, 동물헬스케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레드바이오 산업까지 확대하고 있다.
동물용 의약품, 인공혈액, 인공장기 등 고부가 기술 개발이 진행되면서 익산은 관련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결국 사람” 성공의 조건은 시민 참여
다만 전문가들은 기술과 인프라만으로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도시 전환의 성패는 ‘사람’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정헌율 시장 역시 같은 메시지를 강조했다.
“도시의 미래는 행정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완성하는 것입니다. 현장의 목소리와 공동체의 힘이 가장 중요한 기반입니다.”
익산의 ‘3+AI 전략’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 산업 구조 전환과 생활 혁신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중소도시 발전 모델의 새로운 기준이 될 가능성도 있다.
AI는 기술이지만, 결국 도시를 바꾸는 것은 사람이다. 익산의 도전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정영국 기자 jyg5909@naver.com










